Chapter 2: 토지조사위원회 접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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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든 낡은 장부의 무게가 납덩이처럼 느껴졌다. 어두컴컴한 서재를 벗어나자마자, 거실에서는 이미 예상했던 대로 서슬 퍼런 눈초리들이 나를 맞았다. 아버지의 명을 받은 숙부 덕수와 여동생 영희가 문간을 막아섰다.

“이게 무슨 짓이냐, 형님!” 숙부 덕수가 길을 막으며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동생 영희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에게 이럴 수 있어요? 평생을 바쳐 일군 가문을 송두리째 흔들 셈이에요?”

민규가 내 옆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굳건했지만, 친척들의 격렬한 반응에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건 진실을 바로잡는 일이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진실?” 영희가 코웃음을 쳤다. “형님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망상일 뿐이에요! 아버지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숙부 덕수는 한 발 더 다가와 내 팔을 잡으려 했다. “장부 내놔라! 어서 아버지께 사죄하고 이 어리석은 짓을 멈춰야 한다.”

나는 그의 손길을 피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손에서 땀 냄새가 났다.

“숙부님, 이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민규가 앞으로 나서며 숙부와 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숙부 덕수의 시선이 민규에게로 향했다. “너까지 이 애비 없는 자식과 한통속이냐? 너마저 박 가문의 이름을 더럽힐 셈이냐!”

골목 어귀에서는 뻥튀기 아저씨의 정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평화로운 소리가 지금 우리 집 앞에서 벌어지는 고함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나는 장부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이 장부는 돌아가신 분들의 피가 묻은 것이다. 이걸 덮을 수는 없어.”

“피라니? 형님, 이제는 하다하다 거짓말까지 지어내는군요.” 영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몇몇 친척들이 현관문 밖으로 나와 우리를 에워쌌다. 그들의 얼굴에는 비난과 조롱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내가 역적이라도 된 듯한 분위기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문이 망해!”

“아버지를 욕보이지 마라!”

그들의 외침은 점점 더 커졌다. 나는 숨쉬기조차 힘들어졌다.

민규는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미리 불러놓은 택시로 나를 이끌었다. “형님, 시간 없습니다. 어서 타시죠.”

내가 차 문을 열려고 하자, 숙부 덕수가 내 앞에 섰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박민수! 이 문을 나서는 순간, 너는 더 이상 우리 가문의 사람이 아니다!”

그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평생을 ‘박씨 가문의 장남’으로 살아온 내게, 그 말은 존재의 부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숙부의 단호한 시선을 피했다.

“죄송합니다, 숙부님. 하지만 저에게는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나는 민규가 잡고 있던 택시 뒷문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민규는 재빨리 내 뒤를 따랐고, 택시는 친척들의 고함소리를 뒤로 한 채 출발했다. 창밖으로 그들의 분노에 찬 얼굴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젠장! 저것들 잡아!” 숙부 덕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택시가 큰길로 접어들자,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내가 보였다. 손에 든 장부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이 길을 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70년간 짓눌려온 거짓의 무게가 지금 내 어깨를 짓누르는 친척들의 비난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나는 손에 든 장부를 다시 한번 꽉 쥐었다. 이제 우리는 토지조사위원회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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