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은행권의 자동 채권 회수 발동

#content-1

공장 부지에서 발견된 원본 경계석과 군용 위탁 표지석은 아버지 창섭의 부를 지탱해온 거대한 거짓의 뿌리를 드러냈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말없이 식사를 거부하고 방에 틀어박혔다. 친척들의 비난도 수그러들었다. 그들도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 듯했다.

“형님, 위원회에서 토지 소유권 무효화 절차를 공식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며칠 뒤, 민규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무효화라니?” 나는 숨을 들이켰다.

“네, 역사적 증거가 너무 명확해서 지적(地籍) 재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강제 무효화로 진행될 겁니다. 해당 토지가 1951년 당시 원소유주인 김영호, 이철수, 박동식 세 분의 명의로 자동 환원되는 절차입니다.”

내 심장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쿵 하고 울렸다. 이것은 단순한 소유권 변경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모든 부동산 제국이 무너지는 시작을 의미했다.

“그럼… 공장 부지도 아버지 것이 아니게 되는 거냐?”

“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아버지 소유의 모든 부동산이 담보로 잡혀있다는 겁니다.” 민규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버지의 사업은 대부분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로 확장되어 왔다.

“무효화된 토지들은 담보 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은행들은 담보가치를 잃은 대출금을 즉시 회수할 겁니다.” 민규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낮아졌다. “이미 아버지는 여러 은행에서 총 50억 원 상당의 대출금을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50억 원. 그 거대한 숫자가 내 귀에 맴돌았다. 평생을 일구어온 아버지의 재산이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은행에서 벌써 통보가 왔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담보 부족에 따른 대출금 상환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담보 부동산에 대한 압류와 경매 절차가 시작될 겁니다.”

민규의 말은 차갑고 단호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모든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파멸이었다.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고,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의사는 스트레스성 심혈관 쇼크라고 진단했다.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복잡한 심경에 휩싸였다. 미워했지만, 그는 내 아버지였다.

“형님,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병실 앞에서 민규가 조용히 물었다. “은행들은 냉정합니다. 이대로 두면 모든 재산이 경매로 넘어갈 겁니다.”

“다른 방법이 있겠니?”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이미 돌이킬 수 없어.”

“아버지는 형님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은행 대출금을 갚아주기를 바라실 겁니다. 그렇게 하면 한두 건 정도는 살릴 수도 있을 테니까요.” 민규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형님의 개인 자산으로 아버지를 구제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형님의 모든 재산도 함께 사라질 겁니다.”

나는 멍하니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가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나에게도 적지 않은 재산이 있었다. 평생 공장에서 일하며 모아온 돈이었다. 그 돈이라면 아버지의 빚 중 일부를 막을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나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길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더 이상은 안 돼.”

민규가 나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것은 아버지의 죄에 대한 대가다. 그리고 이 가문의 죄에 대한 대가이기도 해. 내가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진실을 밝히기로 결정한 순간, 나는 이미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그대로 진행시켜야 해.”

“형님…” 민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차가운 병원 복도에 서서, 아버지의 고통과 가문의 파멸을 직감했다. 70년 전의 비극적인 거짓말이 이제 거대한 금융 시스템을 통해 되갚아지고 있었다. 그 어떤 복수보다도 냉정하고 잔인한 방식이었다. 아버지의 불법적인 부는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참이었다.

You May Also Like

More From Author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