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문중의 봉쇄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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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위원회 접수처에 도착했을 때, 나는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낡은 서류철과 고풍스러운 나무 의자들이 놓인 사무실은 바깥의 격정적인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고요함이 감돌았다. 우리는 대기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렸다. 내 심장은 여전히 북처럼 울렸다.

내 차례가 되어 창구 직원에게 다가가자, 직원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1951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토지 위탁 계약서 원본을 제출하러 왔습니다.” 나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에 든 장부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직원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오래된 기록이네요.” 그는 장부를 받아들어 꼼꼼히 살폈다. 그의 표정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때였다. 뒤에서 갑자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저 서류는 접수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 창섭이 숙부 덕수와 여동생 영희, 그리고 몇몇 다른 친척들을 대동하고 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 같았다. 내가 접수처에 들어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섬뜩했다.

“아버지!” 나는 놀라 외쳤다.

“이 늙은 애비를 길바닥에 내치려는 패륜아의 말에 속지 마시오!” 아버지는 접수처 직원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저 자는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어요!”

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이런 가족 싸움은 처음 겪는 듯했다.

“서류 접수는 본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인 의사라니! 저 자는 지금 정신병을 앓고 있습니다!” 숙부 덕수가 끼어들었다. “저 장부는 조작된 것이 분명합니다!”

영희는 내게 다가와 팔을 잡았다. “형님, 제발 정신 차리세요. 아버지에게 사죄하고 돌아가요. 이러다 형님까지 망가져요.” 그녀의 눈에는 간절함이 보였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민규가 내 옆에 바싹 붙어섰다. “이 서류는 조작되지 않은 원본입니다. 모든 증거가 완벽합니다.”

아버지는 민규의 말을 비웃었다. “네가 뭘 안다고 떠드는 게냐! 어미 뱃속에서부터 철딱서니 없는 놈이! 이 모든 게 다 저 망할 놈이 꾸민 일이다!” 그는 나를 손가락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아버지, 저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습니다. 이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직원이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이 상황에서 서류를 접수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당신은 이 노인을 울리고 가족을 파괴하는 패륜아입니다!” 아버지는 이제 거의 포효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건물을 울렸다.

주변에 있던 다른 민원인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은 놀란 표정으로 우리 가족을 쳐다보았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평생을 가문의 명예를 위해 살았던 내가, 이제는 조롱거리가 되고 있었다.

“저희가 정식으로 서류를 제출하겠습니다.” 민규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복사본과 함께 추가 증빙 서류들이 들려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가족 분쟁이 아닙니다. 역사적 진실에 관한 문제이며,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민규의 단호한 태도와 논리적인 설명에 직원은 다시 장부를 받아들였다.

“이 서류들은 접수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직원은 말을 흐렸다.

그때 아버지가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좋다! 네놈이 기어코 이 애비의 명예를 짓밟고 가문을 풍비박산 내겠다는 거냐! 이 순간부터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 가문에서 제명한다! 모든 친족 관계를 끊어버리겠다!”

아버지의 말은 천둥 같았다.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더욱 커졌다. 아버지의 눈은 분노로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나는 그의 눈에서 살기마저 느꼈다.

숙부 덕수는 아버지를 부축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박민수! 너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네놈은 이 가문의 수치다! 너와 민규는 이 순간부터 박씨 문중에서 영원히 추방될 것이다!”

영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더 이상 나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의 등 뒤에 숨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평생을 지키려 노력했던 가문에서 하루아침에 버림받는다는 사실은 상상 이상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서류를 제출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의 비난 속에서도 굳게 서서, 접수증을 받아든 민규의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 둘은 고립된 섬이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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