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역사적 현장 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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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건강 악화 소식과 동네 주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나를 더욱 압박했다. 집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물러설 수 없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시작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형님, 특별토지위원회에서 현장 실사 날짜를 통보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입니다.” 민규가 침착하게 말했다.

“어디로?” 나는 숨을 죽이고 물었다.

“아버지의 방앗간 공장 부지입니다.” 민규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곳은 내가 평생을 바쳐 일했던 곳이었다. 동시에 아버지의 부가 시작된 곳이기도 했다. 그 땅 밑에 70년 전의 진실이 묻혀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고 계시겠지?”

“네, 이미 통보받으셨습니다.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민규는 한숨을 쉬었다.

예상대로였다. 현장 실사 당일 아침부터 우리 집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숙부 덕수와 여동생 영희, 그리고 몇몇 친척들이 모여들어 고함을 질러댔다.

“이 패륜아! 아버지가 쓰러지셨는데도 기어코 공장까지 뺏으려 드는가!” 영희가 울부짖었다.

숙부 덕수는 아예 현관문을 막아섰다. “네놈이 이 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모든 연을 끊을 것이다! 감히 조상들의 터전까지 팔아넘기려 드느냐!”

나는 그들의 비난을 뚫고 나가야 했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갔다. 그들의 손길이 내 옷깃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뿌리치고 길을 나섰다.

공장 부지에 도착하자, 이미 위원회 관계자들이 와 있었다. 위원장 윤성호 씨와 몇몇 실사 팀원들이 조용히 현장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분노에 찬 아버지와 친척들이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짓들이오! 남의 재산에 감히 발을 들이느냐!” 아버지는 윤성호 위원장에게 버럭 소리쳤다.

윤성호 위원장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박창섭 씨, 저희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역사적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방해하시면 공무집행 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는 나에게 눈짓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놈이 감히!” 숙부 덕수가 나를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지만, 민규가 그를 가로막았다.

나는 아버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불꽃처럼 타올랐다.

실사 팀원들은 땅을 파기 시작했다. 오래된 공장 마당 한켠, 과거 곡물 창고로 쓰였던 곳의 바닥이었다. 삽질 소리가 흙과 돌멩이를 헤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버지는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친척들은 웅성거렸다. “정말 뭐가 나오는 거 아니야?”

오랜 삽질 끝에, 한 팀원이 소리쳤다. “발견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흙을 털어내자, 땅속에서 오래된 돌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울퉁불퉁한 돌 표면에는 한자로 새겨진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金英浩’, ‘李哲洙’, ‘朴東식’ 그리고 그 밑에는 ‘委託’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건…” 민규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윤성호 위원장이 조심스럽게 돌을 살펴보았다. “1951년 당시의 원본 경계석입니다. 토지 위탁 당시 소유주들의 이름과 위탁 사실을 새겨 놓은 표지석이군요. 이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토지 소유권을 증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돌을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의 눈빛은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 전, 그가 토지를 강탈했던 그 순간을 다시 마주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건 조작된 것이다!” 아버지는 길길이 날뛰며 외쳤다. “누가 감히 내 땅에 이런 돌을 박아 넣었단 말이냐!”

하지만 돌은 누가 봐도 70년 이상의 세월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누가 이렇게 정교하게 과거의 돌을 조작할 수 있었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좀 더 깊이 파 내려가자, 이번에는 녹슨 철판이 발견되었다. 그 위에는 희미하게 ‘군용 위탁’이라는 글자와 함께 당시 군부대 마크가 찍혀 있었다.

“이것은 당시 군인들에게 지급되던 토지 위탁 표지석입니다.” 윤성호 위원장이 설명했다. “전쟁 중 전사하거나 실종될 경우, 가족들에게 토지를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던 방식이죠.”

두 개의 결정적인 물증이 땅속에서 드러났다. 70년 동안 아버지의 부와 명예를 지탱해왔던 거짓말의 토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이제 마치 막 사형 선고를 받은 죄인 같았다. 나는 그의 눈에서 일말의 후회조차 읽을 수 없었다. 오직 분노와 절망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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